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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리뷰>포기하는 가운데 또 다른 꿈을 찾아가는 건축의 길
농업회사법인 작은알자스 주식회사 충주지점 (ip:) 평점 0점   작성일 2021-05-24 추천 추천하기 조회수 64

“양조장을 지어보고 싶어 하는 건축가가 있는데 한번 만나 볼래요?” 지인의 소개로 멀리서 오신 건축가를 만난 적이 있다. 양조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서있지 않을 때였다. 열정이 넘치는 분이었고 이미 자신이 구사한 양조장의 모습도 그려서 가져오셨다. 굉장히 근사한 양조장이었지만 조금 당황스러웠다. 우리가 전혀 상상하지 않았던 건축물이었다. 날아갈 듯 멋지게 뻗은 지붕이 드리워진 위층 카페에서 방문객이 제조장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유리문이 있는 특별한 양조장이었다. 그는 프랑스 현대 양조장 건축물들을 참고했다고 했다.


신이현 작가

신이현 작가


“그렇다면 어떤 양조장을 원하시는 거죠?” 우리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그분이 이렇게 물었다.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양조장은 아닌 것 같아요.” 그 분과는 꼭 한 번 만났지만 밤새 이야기 하면서 우리가 어떤 집을 원하는지 조금씩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너무 멋진 양조장을 원하지 않았다. 그냥 소박하고 편안한 양조장을 원했다.

나는 집이 너무 멋져서 내가 거기에 어울리지 않을까봐 걱정이었다. 눈부신 계단이 있는 집이라면 긴 드레스를 입은 늘씬한 여인이 그 난간을 내려와야 할 것 같았다. 약간 살찐 늙은 여자가 살아도 잘 어울리는 그런 평범하고 튼튼한 집,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바람과 태양을 최대한 잘 활용한 에너지 제로의 집을 건축하고 싶은 정도였다.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자연주의로 집을 짓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요. 꼭 하겠다면 자재들을 전부 외국에서 들여와야 해서 비용이 엄청날 겁니다. 거기다 그런 것들을 다룰 수 있는 건축 기술자도 찾기 힘들죠.”

우연히 만났던 이 건축가와의 대화에서 약간 절망을 느꼈다. 흙집도 불가능하고 자연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것도 거의 불가능했다. 자연을 활용한 검소한 집을 짓는 데 드는 돈은 전혀 검소하지 않았다. 이 분과의 만남 이후 우리는 어떤 자재로 집을 지을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다. 레돔은 알자스 고향의 한 친구가 지하는 돌로, 1층은 나무로 지은 양조장을 부러워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도저히 꿈꿀 수 없는 비용과 긴 시간이 들었다.

“벽이 두꺼운 만큼 비용이 올라갑니다. 붉은 기와는 징크보다 더 비쌉니다.”충주에서 가장 사람 좋은 건축가를 만나 본격적인 설계에 들어가서도 포기해야할 것은 계속 나왔다. 양조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발효실이었다. 그 다음엔 와인 저장고였고 그 다음엔 병입실이었다. 이런 것들은 일하기에 불편함이 없이 설계되어야 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양조장 내의 실내 온도였다.

우리는 지하를 파고 싶었지만 그 또한 쉽지 않아 포기했다. 포도밭 언덕에 아예 굴을 파라고 권하는 사람도 있었다. 작은 땅이라도 과일밭으로 활용해야하기 때문에 아무데나 굴을 파고 싶지도 않았다. 비용의 문제도 있었다. 결국 발효실과 저장실을 최대한 북쪽으로 배치하고 남쪽엔 사무공간으로 넣어 빛을 차단하기로 했다. 그리고 서쪽과 북쪽 벽은 흙으로 덮어 반공호처럼 만들면 동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우리가 살 개인 주택은 포도밭 맨 꼭대기 언덕 위에 지을 생각이었다. 빛이 잘 들고 풍광이 뛰어났다. 그러나 그 위까지 길 닦고 집 짓는데 비용 때문에 포기하고 그냥 양조장 위층에 주택을 얹기로 했다. 결국엔 그 결정이 훨씬 심플하고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층 양조장은 모두가 권하는 대로 튼튼한 콘크리트로 짓고 위층 주택은 목조로 결정을 내렸다. 이렇게 집을 짓는다는 것은 처음에 그렸던 원대한 것들을 하나씩 포기해나가면서 그 속에서 또 다른 가능한 꿈을 찾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창고는 당신이 원하는 대로 지어도 돼.” 양조장 옆에 우리는 농사에 필요한 여러 물건들을 보관할 긴 창고를 지을 계획이었다. 레돔은 이 창고만은 손수 짓겠다고 했다. 그토록 원했던 자연적인 방식, 나무와 짚, 흙으로 알자스 전통 농가 스타일로 짓겠다는 것이었다. 그럴 시간이 날지 모르겠지만 그는 창고에서나마 못 다한 자신의 건축에의 꿈을 풀어볼 생각에 행복해했다.

/신이현 작가

출처 : 충청리뷰(http://www.ccre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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