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게시판
  2. 컬럼·연재

컬럼·연재

게시판 상세
<충청리뷰>우리집은 어떻게 오는가
농업회사법인 작은알자스 주식회사 충주지점 (ip:) 평점 0점   작성일 2021-05-24 추천 추천하기 조회수 75

 

“여기 이 땅에 당신이 살 집을 직접 지어보세요.” 이런 일이 생긴다면 사람들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까? 집을 짓는다는 것은 인생에서 새로운 역사의 장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 집짓기 전과 집 지은 후의 삶은 연극에서의 1장과 2장처럼 다를 것 같은 느낌이다. 처음부터 충주에 살 계획은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충주 수안보에 땅을 구입했다. 남편 레돔이 평생 월급타서 번 돈을 모두 털어 넣었다. ‘집은 무슨 돈으로 짓지?’ 그런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되겠지, 일단 땅부터 샀다. 2천 평 조금 안 되는 땅으로 작약 뿌리를 농사짓던 땅이었다.


신이현 작가


신이현 작가


땅을 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얼마나 빛이 오래 머무느냐’였다. 그곳은 하루 종일 남쪽 빛이 드는 비탈진 언덕이었다. 우리는 좀 더 깊은 산골을 원했지만 양조장을 짓기 위해서는 땅의 조건들이 까다로웠다. ‘계획관리’ 지역이면서 앞에 4m 폭의 길이 있어야 했다. 아름다운 풍광의 밭들도 있었지만 조건에 맞는 땅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전국을 돌면서 몇 년씩 정착할 땅을 본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우리는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충주에서 와인을 만들면서 땅을 찾아야 했기에 근처 땅을 주로 보러 다녔고 이윽고 수안보에 닻을 내렸다.

'여기가 우리 땅이다’ 라고 생각하니 갈 때마다 사랑스럽고 귀하게 여겨졌다. 흙 한 톨 한 톨, 거기에 뿌리 내린 모든 나무들이 행복한 밭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뒤쪽으로는 포도와 사과를 주로 심은 밭으로 쓰고 앞쪽은 양조장과 집을 지을 생각이었다. 처음에 우리는 제일 좋은 곳에 우리가 살 주택을 지을 계획이었다. 밭 구석구석을 다니며 어디에 그림 같은 집을 얹을까 궁리했다. 밭 한가운데 작은 바위산이 있어 밭으로 활용을 못하니 거기에 집을 지으면 경제적이겠다 싶었지만 밭 한가운데 자연 그대로의 바위 동산을 두면 좋을 것 같아 포기했다.

햇빛이 제일 오래 남아있고 앞산이 한눈에 보이는 모퉁이도 있었지만 토지를 대지로 변경하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고 까다로웠다. 결국 우리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인 양조장 위층에 주택을 얹기로 했다. 일터와 가정을 분리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땅을 사야하는데.....’ 하면서 2여년의 세월이 흘러갔고 땅을 사고 나니 ‘양조장을 지어야 하는데, 집을 지어야 하는데.....’ 이렇게 노래를 부르는 사이에 또 2년이 흘러버렸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직감이 왔다. 레돔씨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건축에 대한 구상을 해보라고 했다. 그는 종이를 앞에 두고 연필을 깨물며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어떤 집을 원하는가?’ 그는 흰 백지 위에 집을 그리면서 자신의 인생을 풀어 넣기 시작했다.

“에너지 제로, 전기가 없이도 살 수 있는 집을 짓고 싶다. 지붕에 태양열을 올리는 것은 기본이고 나무 난로도 있어야 해. 난로에서 데워진 온수를 모아서 난방을 하면 겨울에 연료비 걱정 없어. 처마 길이를 정확하게 해서 여름엔 그늘을 드리우고 겨울엔 햇빛이 한껏 들도록 해야 해. 지붕에서 내려오는 물은 모두 모아서 밭으로 보내도록 처마의 물통은 크고 튼튼하게 해야 돼. 집은 나무로 뼈대를 세우고, 벽은 짚과 흙을 섞어서 하면 제일 좋을 거야. 한국 전통 집을 다 그렇게 지었으니 어렵진 않겠지?”

레돔씨의 계획은 괜찮은 것 같았지만 과연 실현가능한지 의심스러웠다. 옛날에는 남자라면 누구라도 집 한 채 정도는 지었다고 한다. 결혼하면서 분가를 할 때 스스로 집을 지어 나갔다는 것이다. 집안이나 동네 사람들도 도왔겠지만, 나무를 다듬고 흙과 짚을 섞어 벽을 채우고 방과 부엌, 마루를 만드는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손을 보탰을 것이다.


집의 뼈대가 세워지는 날이면 동네 어른이 상랑대에 축원의 글을 적고, 시루에 찐 떡을 함께 나눠먹고 직접 빚은 술을 돌렸다. 집이 완성되었을 때 이 소년은 비로소 어른이 된다. 이곳에서 한 여인을 맞이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새로운 집을 지어 나갈 때까지 살 것이다.

그가 죽고 나면 머지않아 집도 스러져 원래 왔던 땅으로 가버릴 것이다. 말 그대로 사람도 집도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갔다. 비슷한 싸이클로 순환했다. 현대에서도 그것이 가능할까? 미래의 우리 집이 그러하길 바라지만 그냥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신이현 작가는 충주에서 프랑스인 남편 레돔씨와 농사를 짓고 사과와인을 만들어 판매한다. 현재 와이너리를 건축중이다.

출처 : 충청리뷰(http://www.ccreview.co.kr)

첨부파일
비밀번호 수정 및 삭제하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댓글 수정

비밀번호 :

/ byte

비밀번호 : 확인 취소

댓글 입력
댓글달기 이름 : 비밀번호 : 관리자답변보기

영문 대소문자/숫자/특수문자 중 2가지 이상 조합, 10자~16자

/ byte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

회원에게만 댓글 작성 권한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