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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리뷰>양조장 ‘작은 알자스’ 신이현 대표
농업회사법인 작은알자스 주식회사 충주지점 (ip:) 평점 0점   작성일 2021-11-11 추천 추천하기 조회수 133

 포도밭 찾다 충주 수안보 정착
40년전 목욕하러 왔던 바로 그 곳

소설가 신이현은 프랑스 알자스 출신인 도미니크 에어케 씨와 함께 충주에서 포도 농사를 짓고 와인 ‘레돔’을 만든다. 대구에서 태어난 신이현 작가는 한때 ‘파리의 미술관을 순례하고 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지나가는 개들을 구경하던’ 파리지엔으로 살았다. 나와 처음 만난 곳은 캄보디아 프놈펜이며, 서울의 서래마을에 거주하다 지금은 수안보에 터를 잡았다.


계절을 따라 먼 여행을 하는 철새처럼 서식지를 옮기던 신이현 작가는 바람구두를 신고 금방이라도 어디든 떠날 것만 같았는데, 이제 그녀는 농부의 아내이자 양조장 '작은 알자스'의 대표로서 바람구두 대신 검은 장화를 신고 자주 구부정한 낮은 자세로 땅과 나무와 꽃과 열매와 벌레와 효모들을 보살피며 살고 있다.

 

아무튼 충주

“충청도는 외국만큼이나 낯설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이 곳에 오게 되었어요. 포도밭을 찾을 때 맨 처음 본 곳이 지금 이곳이거든요. 다른 곳도 많이 돌아다녔어요. 강원도며, 문경이며, 괴산이며. 땅은 인연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남자 여자 만나서 끌릴 때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잖아요. 낯선 땅이었지만, 포도나무에 좋은 땅이었고, 햇빛이 잘 들었고, 거기에 섰을 때 참 좋았다는 거. 충주에 살면서 충주가 더 좋아졌어요. 이 도시에는 느긋한 여유로움이 있어요. 온천 옆 동네 사는 게 소원이었는데, 그 소원이 이루어졌어요. 심지어 온천이 두개나 있어요. (웃음) 수회리가 물이 휘감고 돌아간다는 뜻이 있어요. 물이 좋은 동네인거죠.

20대 초반 차도 없을 때 수안보에 온천을 하러 왔었어요. 거의 40년 전이에요. 그때는 충청도인줄도 몰랐어요. 온천을 좋아해서 엄마하고 이모하고 동생하고 버스를 타고 왔어요. 터미널에서 내려 택시를 탔는데, 택시기사가 다음날 여행을 시켜주겠다고 하더라고요. 물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술도 좋아하지만. 온천을 하는데 물이 엄청나게 차고 따뜻하고, 정말 좋은 거예요. 다음날 택시기사가 우리를 미륵사지로 데려갔어요. 그런데 미륵사지가 또 정말 좋아요. 부처가 바깥에 서있는 곳은 미륵사지가 유일할 거예요. 그게 그렇게 편안함을 주더라고요. 그리고 월악산 송계계곡에 가서 발을 담그고. 그때도 이곳 물이 좋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얼마 전에 미륵사지가 유명하다고 해서 가봤는데, 와 본거 같은 거예요. 거북돌 앞에서 엄마와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있는데 집에 와서 그 사진을 찾아보고서야 아! 그때 왔던 곳이구나 하고 알게 된 거죠. 어쩌다 수주팔봉에 가서는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었구나 감탄해요. 어디를 가도 유난스럽지가 않아요. 곳곳의 풍경이 넉넉하고 편안해요. 충청도가 내 기질인가?(웃음) 제 2의 인생을 충주에서 시작하리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우연하게 살다보니 이곳을 사랑하게 된 거예요.




작은 알자스에서 신이현과 도미니크 부부.
 

 

다정하고 아름다운 밭, 레돔 떼루아


‘떼루아’라는 말 알아요? 와인을 둘러싼 모든 환경을 말해요. 참 근사한 말이에요. 술이라고 하는 게 그곳의 떼루아를 설명하는 거잖아요. 땅을 만들어가는 농부와 술을 만들어가는 양조장의 삶, 거기에는 밭과 나무와 자연과 기후와 사랑의 삶, 전부가 녹아 있어요. 그 땅에 대한 온전한 설명인거죠. 와인을 만드는 하나의 공간에는 엄청난 스토리가 담겨있고, 그 모든 걸 응축해서 와인 한 병에 봉인하는 거죠. 그러면 와인 한 잔이 그 공간 전체를 말해줘요.

이곳은 작약 밭이었어요. 그걸 다 갈아엎고, 레돔 떼루아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갖가지 포도나무를 심고, 버드나무와 무화과를 심고, 감나무를 심고, 까치밥나무와 야생 머루포도와 토마토와 바질과 수박과 노각과 호박을 심어요. 새 먹이로 줬던 해바라기 씨들도 용케 살아나 꽃을 피워요. 산딸기는 포도나무에게 제일 좋은 친구예요. 포도나무가 필요한 약재들을 늙은 밤나무에게 찾아서 전해 준대요. 나무와 꽃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거예요.

얼마 전에는 호밀 씨앗을 뿌렸어요. 땅은 절대 헐벗겨두면 안돼요. 수확 후 파헤쳐진 땅은 강추위와 뙤약볕, 바람에 노출되어 그 속에 사는 미생물들이 괴로워해요. 인간하고 똑같아요. 호밀은 겨울동안 싹이 나서 땅을 덮어줄 거예요. 뿌리가 땅에 숨구멍을 내주면 땅속 벌레와 미생물들이 그 뿌리에 붙어서 즐거워해요. 봄이면 꽃샘추위를 막아주고 여름엔 서늘한 그늘을 만들어줘요. 그리고 나중엔 그대로 퇴비가 되죠. 호밀이 눕는 계절엔 메밀을 뿌려요.

어제는 가로수 은행을 주워와 삶았어요. 끓인 은행 물은 농약으로 쓰는데, 특효약이에요. 레드와인 착즙한 찌꺼기는 포도밭에 갖다 뿌려 왔던 곳으로 다시 보냈고요. 땅의 성질과 기후와 공기와 거기에 살고 있는 효모와 와인 메이커의 손길로 레돔 떼루아를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에요. 우리는 포도밭이 작은 우주와 같은, 숲과 같은 포도밭이 되길 원해요. 지금은 원하는 공간의 절반쯤 만들어 진거 같아요. 지금도 이 공간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어요. 레돔 떼루아도 매일 새로워지는 거죠.”

 

작지만, 더 없이 위대한

도미니크 씨가 양조장에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새 모이를 주는 일이다. 양조장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휘파람을 불면 어디에선가 새들이 퍼드덕 그의 주변으로 모인다. 그의 뒷모습에서 나는 천사를 본 적이 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땅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농부와 농부의 아내가 만들어가는 ‘작은 알자스’는 술이 익어가는 숲이자 작은 우주가 될 것이다. 건강한 땅에서 자라는 나무도 행복하고, 열매도, 나무 밑 미생물도 행복하겠지. 그 열매로 술을 만드는 두 사람도 ‘대체로 행복하다’고 말한다. 행복의 떼루아를 가득 품은 와인은 마시는 사람에게까지 전해질 것이다. “어디까지 우리가 완성해갈지는 잘 모르겠어요”라는 소박한 말에 이미 인간만이 아닌 우주에 깃든 모든 생명이 평등하게 행복한, 작은 우주가 있다.

/ 이정민 청주시 도시계획상임기획단주무관·공학박사

출처 : 충청리뷰(http://www.ccre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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