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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리뷰>수안보 작은 마을에서 만난 건축가
농업회사법인 작은알자스 주식회사 충주지점 (ip:) 평점 0점   작성일 2021-05-24 추천 추천하기 조회수 84
                                                                                                                                                                                                        신이현 작가

좋은 집을 짓기 위해서는 좋은 건축가를 만나야 한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이 ‘좋은 건축가’를 어디서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만나서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면서 나의 라이프 스타일과 인생관을 이야기하고, 거기에 맞는 집을 상상하고 수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그렇게 해서 천천히, 세밀하게 집을 만들어주는 그런 건축가를 이상적으로 꼽는다. 글쎄, 있는지 모르겠다. 있겠지만 특별한 친분이 있거나 아주 비싸거나 그래야 할 것이다. 보통 사람이 집을 지으려고 할 때는 그냥 옆에 있는 작은 시공사가 와서 뚝딱 지어버린다.


잘 지은 집에 사는 지인들에게 ‘설계한 분을 만나고 싶다.’ 하고 부탁을 하면 그 분들은 너무 비싸거나, 너무 바쁘거나, 너무 멀리 있다. 나는 일이 번거로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충주에 있는 양조장이니 충주나 인근에 계시는 분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면 모든 것이 편하게 돌아갈 것 같아서였다. 멀리서 무리해서 모셔 와서 내 인생이 불편해지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이웃에서 소개해준 ‘사람 좋은 건축가’를 만나러 갔다.


충주에서는 꽤 알려진 분이었다. 바쁜 분이기도 했다. 수안보 건축 현장에서 첫 만남을 가졌는데 첫인상이 좋았다. 앞으로 괴롭혀도 괜찮을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우리는 길쭉하게 이어진 밭의 옆구리를 한 바퀴 돌아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멀리 보이는 산과 동네를 보았다. 물이 동네를 휘감아 내려간다고 ‘수회리’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했다.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 20여 채의 집이 있는 조용한 동네였다. 마을은 멀리 담바우산, 어지리산, 강진후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부드러운 능선의 산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땅은 인연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처음 이 동네에 왔을 때 그냥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벼가 익어가는 계절이었고 빛이 좋았다. 그곳에 귀농한 후배의 소개로 보게 된 땅은 남쪽을 바라보는 언덕이었고 특이하게도 땅은 편마암이 부식된 검은 색 흙이었다. 검은 흙은 과일 밭으로 참 좋다고 했다. 종일 빛을 받은 검은 흙이 밤에도 과일나무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과일 밭을 뒤쪽에 두고, 그 앞에 심플하고 튼튼한 양조장이 있는 풍경을 생각하자 설레었다. 우리는 아무것도 없는 빈 땅에 서서 건축가를 붙들고 원하는 양조장의 모습을 풀어놓았다.


“그러니까 양조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입니다. 와인을 발효시키고 저장하는 곳은 서늘해야 하거든요. 동쪽으로 문을 내고, 남쪽엔 서류 작업을 하는 사무실로 하고, 북쪽으로 제조실과 저장실을 배치하면 좋을 것 같아요. 땅을 파서 지하를 내는 것이 가능할까요?”


건축가는 토지 도면 위에 건축물을 앉히는 그림을 그리며 우리가 원하는 것들이 현실적으로 어디까지 실현가능한지를 알아봐야 한다고 했다. 첫 현장 미팅 뒤 두 번 더 밭에서 만났다. 이분의 특징은 우리가 부탁하는 대로 다 들어준다는 것이었다. ‘아니 현장에 또 갈 필요가 있나요?’ 이런 말씀을 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한 번 더 만나 이야기를 해봐야할 것 같아요.’ 라고 부탁하면 그냥 웃으며 나오신다. 나는 그것이 너무 감사하다.


이미 우리는 남의 집을 빌려 양조를 하고 있는 중이었고, 이곳은 도자기를 구웠던 공방이라 술 만들기에는 불편함이 많았다. 레돔은 이곳에서 양조장은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는지 충분히 숙지를 했다. 그는 평소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양조장 기본 설계를 스스로 했다. 발효탱크가 들어갈 곳과 병 입 작업할 곳, 그리고 와인들이 숙성될 서늘한 저장고. 벽은 두꺼울수록 좋고 가능하면 창은 없어야 하고, 지하를 팔 수 없다면 뒤쪽 벽을 흙으로 덮어 저장고 온도를 유지하는 방법들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했다.


“발효 통에서 나온 효모들이 벽에 붙어 살아가야하니, 양조장 안은 어둡고 서늘하고 습기가 일정하고, 조용해야 해요. 그렇지만 바깥 마당은 빛이 잘 들고, 외관은 튼튼하고 심플한 스타일을 원해요. 저희는 알자스 스타일의 집을 짓고 싶은데 어떨지 모르겠어요.”


설계 사무소에서의 첫 번째 미팅에서 우리는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했지만 어디까지 실현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우리는 설계비가 얼마냐고 묻지 않았고, 건축가도 설계비가 얼마이며, 계약금은 얼마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나는 그냥 달라는 대로 지불할 생각이었고, 이 분은 그냥 우리한테 별로 받을 생각을 하지 않으신 것 같았다. 우리의 건축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신이현 작가

출처 : 충청리뷰(http://www.ccre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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