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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리뷰>대출을 쫒아가는 긴 모험의 건축
농업회사법인 작은알자스 주식회사 충주지점 (ip:) 평점 0점   작성일 2021-06-24 추천 추천하기 조회수 82
대출을 쫓아가는 긴 모험의 건축
  •  충청리뷰
  • 승인 2021.06.23 09:23
  • 댓글 0


신이현 작가
신이현 작가

 

거리를 걷다보면 참 멋지다 싶은 나무들을 만나곤 한다. 특히 잎을 다 떨어뜨린 겨울 나뭇가지는 편안하게 뻗은 모양새가 한참을 보게 만든다. 건축을 시작하고 보니 모든 사물이 건축적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땅 위에 집을 짓는다고 하지만 사실은 공중에 짓는 것이다. 땅에서 시작하지만 결국엔 하늘을 디자인하는 것이 건축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은 나무이다. 나무만큼 편안하게 설계된 집을 찾기가 어렵다. 더구나 나무는 씨만 뿌리면 그냥 올라가서 무성한 잎과 두꺼운 그늘을 만들어준다.

인간의 건축물에는 돈이 들어간다. 원하던 것을 하나씩 포기하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고 나중에는 최소한의 것만 남는다. 그 최소한을 위한 자금도 충분하지 않다. ‘자기 돈으로 사업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사업 잘 하는 내 친구가 늘 하는 말이다. ‘농촌’에서 ‘지역 특산물’로 ‘가공’을 하는 경우에 ‘지원금’이 굉장히 많다던데 ‘너도 그런 것 많이 받지?’ 이런 말도 많이 듣는다. 그냥 보기에는 돈이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데 막상 내가 손을 뻗으면 그 돈이 다 도망가 버린다. 경제 미스테리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가장 먼저 ‘농식품 기술평가 지원 사업’이라는 것을 해보았다. 기술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저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제도이다. 사업계획서를 쓰면서 석사 논문을 쓰는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신용평가 서류도 준비해야 했는데 사업현황서, 재무제표 증명, 매입매출세금계산서 합계표, 세무조정계산서, 특허, 상표등록증, 이노비즈인증서...... 알 수 없는 서류들을 챙겨들고 갔더니 회사 설립 후 3년 동안 당기 순이익이 마이너스여서 대출이 불가능하다고 간단하게 말했다. 나는 대출 불가라는 말보다 ‘당기순이익 마이너스’ 의미를 몰라서 당황했다. CEO 기본이 안 된 미스테리 주인공의 대출 이야기는 일 년 내내 이어졌다.

중소기업 특별자금 융자지원 제도도 있었고 농식품 시설 현대화 자금 대출이라는 제도도 두드려보았다. 2% 이율이라고 했다. 두꺼운 서류를 제출하고, ‘면밀한 검토의 시간’이 지난 후 통과되었으니 은행에 가서 대출 받으라고 했다. 은행에서는 또 ‘면밀히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하더니 결과는 안 된다고 했다. 사업계획서는 법인인데 신청자는 개인 이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개인이 아니라 법인 대표로 신청한 건데요. 그럼 신청자를 법인으로 바꾸면 되는가요?” “우리 은행은 법인 대출 취급은 하지 않습니다.” “그럼 개인으로 신청하면 되나요?” “사업계획서 사업이 다 법인인데 어떻게 개인이 됩니까?”

우리는 대화를 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나는 직원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대출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과연 여자 CEO는 돈을 빌릴 수 있을까? 결국 양조장을 짓게 될 것인가?’ 이 드라마의 끝이 궁금해졌다.

농업경영체에게 해준다는 이런저런 저금리 대출, 엄청 쉬울 것 같았는데 막상 가보면 안 된다. ‘대출 고민하지 마세요. 이제 쉬워졌습니다!’ 이런 글귀들을 믿고 은행에 가면 신용재단에 가서 뭘 받아오라고 한다. 거기 가면 신용기금에 한번 가보라고 한다. 거기 가면 은행과 다시 이야기 해보라고 한다. 나는 계속 뺑뺑이 돈다. “그러니까 제가 돈을 빌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인가요?”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다. “그냥 가지고 계신 담보로 개인대출 받으시면 가장 간단합니다. 대신 이율이 조금 높습니다.” 그런 것이었다. “그럼 그걸로 진행해주세요.”

이렇게 해서 개인의 신용으로 대출을 진행했다. 일사천리로 흘러갔다. 은행도 무척 호의적이었다. “신용 등급이 괜찮으시네요.” 이런 말을 들으면 우수 학생 상장이라도 받은 듯이 흐뭇해진다. 포도밭과 동생들과 공동명의로 된 아파트를 담보로 넣어도 모자란다. “여유자금 30%는 꼭 가지고 있어야 해!” 다들 이런 소리를 한다. 공포영화의 마지막 대사처럼 간담이 서늘하고 뒷골이 당긴다. 빚쟁이가 되어 걸어가는데 나무가 참 편안하게 가지를 펼치고 흔든다. “아, 나무야 너 참 아름답구나! 너 참 부럽구나!” 그 그늘에 앉아 고개를 드니 앞에 전봇대에 이런 딱지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회생 파산 무료상담’. 왠지 남의 일 같지 않다. 

작가 신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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