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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술상 3편 레돔 시드르 × 레제페메르[에스콰이어]
농업회사법인 작은알자스 주식회사 충주지점 (ip:) 평점 0점   작성일 2020-02-28 추천 추천하기 조회수 117

사이더는 사과즙을 발효해 얻은 술이며, 시드르는 사이더의 프랑스식 표현이다. 프랑스 술 하면 와인이 지배적이지만, 기온이 낮아 포도가 잘 자라지 않는 지역은 예부터 사과를 술로 담갔다. 프랑스 북서 지역에 속하는 브르타뉴와 노르망디가 대표적 사례.

시드르는 특히 크레프 전문점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파리를 여행한 적이 있다면 이름난 크레프 전문점에서 시큼털털하고 달짝지근하면서 기분 좋은 탄산감을 지닌 시드르를 한 번쯤 마셔봤을 테다. 프랑스 사람들이 크레프에 시드르를 공식처럼 곁들이는 이유는 이 두 가지가 브르타뉴를 대표하는 식문화 요소이기 때문.

국내에도 브르타뉴 방식으로 시드르를 만드는 이가 있다. 사과의 고장 충주에서 ‘레돔’이라는 이름의 시드르를 빚는 벽안의 프랑스인 도미니크 에어케 대표가 바로 그다. 엔지니어 출신의 에어케 대표는 중년에 접어들며 오랜 꿈이었던 농부의 길을 택했다.

‘농업의 꽃은 술’이라고 여겨온 에어케 대표는 프랑스 농업 학교에서 와인 양조를 배운 후 부인이자 시인인 신이현 작가와 함께 한국으로 건너와 한국 사과로 시드르를 빚기 시작했다.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에어케 대표는 양조 과정에서 효모나 당을 일체 첨가하지 않을뿐더러 스스로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사과를 재배한다.

11월 말 사과를 수확하면 착즙해 이듬해 4월까지 저온에서 서서히 발효시킨다. 사과 껍질에 있는 야생 효모에 기대어 발효하는 만큼 이 기간 동안 늘 세심하게 상태를 살펴야 한다.

부사와 홍옥을 재료로 빚은 레돔 시드르는 노란 빛깔을 띠고 새콤달콤하며 탄산감을 지닌다. 이는 눈으로 보고 향을 맡고 맛보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 있게 만드는 동시에 청량한 기운을 점점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기포는 특히 무척 힘이 좋고 오래 지속된다.

에어케 대표는 힘 있고 자연스러운 기포를 생성하기 위해 소량의 당분을 남겨놓은 상태에서 병입한다. 즉 코르크를 여는 순간 솟아오르는 기포는 병입한 후 추가로 거친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천연의 물질인 격이다. 레돔 시드르의 기포가 얼마나 힘이 좋은지 국내의 유리병이 모두 터져 병과 코르크, 철제 머즐 등을 모두 프랑스에서 수입해야 했다.

마포구 서교동에 자리한 프렌치 비스트로 ‘레제페메르’의 조해미 셰프는 에어케 대표와 오랜 친구 사이다. 파리에서 11년간 거주하며 프랑스 미식 문화를 경험한 조 셰프는 레돔 시드르의 등장을 누구보다 반긴다.

오는 가을에는 레돔 시드르를 위한 새로운 메뉴를 출시할 예정이기도 하다. 시드르와 사과를 넣고 구운 돼지고기 로스트가 바로 그것. 큼지막한 돼지고기 앞다리살에 시드르를 붓고 사과와 함께 오븐에서 구운 후 시드르와 사과에서 나온 즙, 돼지고기 육즙이 한데 섞인 국물을 졸여 한 번 더 끼얹는다.

아예 시드르를 부었으니 음식과 술의 조화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담백하면서도 구수하고 부드러운 살코기 한 점에 시드르 한 모금 들이켜니 프랑스 농가에 초대받은 듯 마음이 들뜨고 훈훈해진다. 큼지막하게 썬 베이컨이 중간중간 씹히는 리오네즈 샐러드와 돼지고기만큼 사과와 궁합이 좋은 닭가슴살을 올린 버섯 리소토도 훌륭한 선택이다. /글_이주연(미식 칼럼니스트)

주소 서울 마포구 양화로6길 57-14

문의 02-324-7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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